소아·육아 복약

열이 몇 도부터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요

최종 검토:

해열제는 체온 숫자가 아니라 아이가 힘들어하는 정도를 보고 정합니다. 생후 3개월 미만은 예외입니다.

왜 이 질문이 어려운가

체온계에 숫자가 표시되면 보호자는 자연스럽게 기준선을 찾게 됩니다. 38도인가, 38.5도인가, 39도인가. 약국에서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지침도 “몇 도부터”를 단일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기준을 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체온 숫자 자체가 판단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 숫자로 정하지 않나

열은 병이 아니라 몸이 싸우는 방식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2011년 임상보고에서 이 점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열은 그 자체가 질병이 아니라 감염에 맞서는 생리적 반응이며, 오히려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보고에서는 보호자들이 흔히 하는 걱정 하나에도 답을 내놓았습니다. 건강한 소아의 경우, 열 자체가 병을 더 나쁘게 만들거나 뇌와 신경에 손상을 남긴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열을 내리는 것이 병을 낫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해열제의 목적이 다릅니다

해열제(열을 내리는 약)를 먹이는 목적은 체온을 정상 범위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편하게 하고 수분 섭취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2026년에 발표된 독일 소아·청소년 발열 진료지침도 같은 기준을 제시합니다. 해열제를 쓸지는 아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와 평소처럼 먹고 놀고 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권합니다.

이 차이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판단이 서로 갈립니다.

아래는 생후 3개월 이상이면서 기저질환(전부터 앓고 있던 병)이 없는 아이에게 해당합니다. 생후 3개월 미만은 아래 표를 적용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십시오.

아래 표의 체온은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든 예시입니다. 해열제를 쓸지 가르는 기준선이 아닙니다.

상황판단
39도인데 물을 마시고 잘 놀며 잠도 잔다지켜볼 수 있습니다(생후 3개월 이상)
38도인데 축 처지고 아파한다조치가 필요합니다(생후 3개월 이상)

체온이 더 높아도 지켜볼 수 있고, 더 낮아도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숫자를 기준선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숫자로 정하면 생기는 문제

기준선을 정해 두면 두 방향으로 어긋납니다. 아이가 멀쩡한데도 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약을 먹이게 되고, 반대로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기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참게 됩니다.

앞의 경우는 필요하지 않은 투약이고, 뒤의 경우는 아이가 힘들어하는데도 아무 조치 없이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둘 다 체온계의 숫자에만 집중하느라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그럼 무엇을 보나

체온계 대신 다음 네 가지를 살핍니다.

  1. 수분 섭취: 물이나 수유를 잘 먹는가
  2. 활동과 수면: 놀거나 잘 수 있는가
  3. 반응: 깨웠을 때 평소와 비슷한가
  4. 통증과 보챔: 아파하거나 계속 보채는가

네 가지가 모두 괜찮으면 열이 있어도 지켜봅니다. 얇고 편한 옷을 입히고 물을 자주 주면서 상태를 봅니다.

아이가 열 때문에 힘들어 보이고 평소처럼 놀거나 자지 못하면 해열제 사용을 고려합니다. 이때도 체온이 몇 도인지는 판단의 근거가 아닙니다.

다만 다음 셋은 해열제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이나 수유를 거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깨워도 반응이 평소와 뚜렷하게 다른 경우, 심하게 아파하거나 날카롭게 우는 경우입니다. 아래 목록을 함께 확인하십시오.

숫자가 기준이 되는 예외

숫자가 기준이 되는 예외는 하나뿐입니다. 생후 3개월 미만에서 직장 체온(항문에 체온계를 넣어 잰 몸속 온도) 38.0도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때는 열을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원인을 찾는 문제입니다. 독일 진료지침은 생후 3개월 미만에서 직장 체온 38.0도 이상이면 세균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권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도 재태 37주 이상 만삭으로 태어난 생후 8~60일 영아(태어난 뒤 12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지침에서 직장 체온 38.0도 이상을 발열로 정하고,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검사를 받도록 권고합니다.

체온이 높지 않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독일 진료지침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침습성 세균 감염(균이 피나 뇌척수액까지 퍼진 감염)이 확인된 생후 60일 이하 영아 가운데 30.4%는 가장 높았던 체온이 38.5도 아래였습니다. 이 30.4%는 항문으로 체온을 잰 생후 60일 이하 영아에게서 얻은 값입니다. 독일 지침이 이 값을 생후 3개월 미만을 다루는 대목에서 인용했을 뿐, 3개월 미만 전체에서 확인된 비율은 아닙니다.

38.0도는 직장에서 잰 체온을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독일 진료지침은 겨드랑이에서 재는 방법이 모든 연령대에서 신뢰할 수 없으므로 쓰지 말라고 서술하고, 신생아와 영아에서는 디지털 직장 체온계로 몸속 온도를 재도록 권합니다. 다른 부위에서 잰 값을 38.0도와 그대로 견주어 판단하지 마십시오.

체온과 관계없이 진료가 필요한 경우

다음은 해열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 의식이 처지거나 깨우기 어려운 경우
  •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숨을 평소보다 빠르게 쉬는 경우
  • 경련(몸이 뻣뻣해지고 떨리는 발작)이 있는 경우
  •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자반(피부 밑에 피가 번져 생긴 붉거나 자줏빛 반점)이 있는 경우
  • 얼굴빛이 창백하거나 회색·푸른빛으로 변한 경우
  • 안아 주기만 해도 아파하거나 날카롭게 우는 경우
  • 물을 거의 못 마시고 소변이 뚜렷하게 줄어든 경우
  • 손톱을 눌렀다 뗀 뒤 핏기가 돌아오는 데 3초를 넘게 걸리는 경우
  • 열이 사흘을 넘겨 계속되는 경우

독일 진료지침은 의식 저하, 만졌을 때 아파하는 것, 심한 통증, 날카롭게 우는 것, 피부 출혈, 탈수(몸에 물이 부족해진 상태), 모세혈관 재충전 시간(손톱을 눌렀다 뗀 뒤 핏기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를 넘는 것, 매우 창백하거나 회색·푸른빛으로 변한 피부, 사흘을 넘겨 지속되는 발열, 연령에 견주어 빠른 호흡을 보호자가 알아야 할 위험 신호로 제시합니다.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아이 개개인의 상태를 판단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 생후 3개월 미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위 기준을 적용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십시오.
  • 처방전에 다른 지시가 있으면 그쪽이 우선합니다.
  • 약을 먹이기로 했다면 용량은 체중을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가까운 약국이나 소아과에 문의하십시오.

#해열제#발열#체온

자주 묻는 질문

38도가 넘으면 무조건 먹여야 하나요

아닙니다. 아이가 잘 놀고 물을 마시면 지켜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생후 3개월 미만은 다릅니다.

39도가 넘으면 위험한가요

체온 숫자만으로 병이 얼마나 심한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호흡 상태, 의식 수준, 수분 섭취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열을 안 내리면 뇌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건강한 아이의 경우, 열 자체가 뇌와 신경에 손상을 남긴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참고 자료

글쓴이

강재현 약사

평택 열린온누리약국 약사. 약국에서 11년째 아이와 부모의 복약을 돌봐 왔습니다. 대한약사회·경기도약사회 대의원, 평택시약사회 총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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