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육아 복약

해열제를 먹여도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최종 검토:

3개월 미만은 38.0도만으로 진료 대상입니다. 그 밖에는 의식·호흡·탈수·발진·경련의 이상을 봅니다

왜 체온으로 판단하면 안 되나

아이가 밤에 열이 오르면 가장 먼저 체온계를 찾습니다. 그리고 보호자께서는 몇 도부터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체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심한 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가벼운 감염에서도 열이 높게 오릅니다. 반대로 심한 감염인데도 열이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근거가 말하는 것

체온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은 2026년 독일 소아·청소년 발열 진료지침이 인용한 수치입니다. 침습성 세균 감염(균이 피나 뇌척수액까지 퍼진 감염)이 확인된 생후 60일 이하 영아 가운데 30.4%는 가장 높았던 체온이 38.5도 아래였습니다.[1][7]

열 명 중 세 명입니다. 다만, 오해하지 마세요. 이 숫자는 감염이 확인된 아기들 중에서 살펴본 비율이지, 열이 38.5도에 못 미치는 생후 60일 이하 아기 열 명 중 세 명이 중증 감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수치는 생후 60일 이하에서 확인된 값입니다. 그보다 큰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비율이 아닙니다. 독일 지침은 이 값을 생후 3개월 미만을 다루는 대목에서 인용합니다.[1] 체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심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수치가 말하는 것입니다.

이 지침에는 보호자용 판이 따로 있습니다. 「Elternleitlinie」라고 하며, 보호자가 알아야 할 경고 신호(Warnzeichen)를 열한 가지로 적어 두었습니다. 참고삼아 독일어 원문과 뜻을 나란히 옮깁니다.[6]

독일어 원문한국어 뜻
Bewusstseinsstörungen의식이 흐려짐. 멍하거나, 방향을 잃거나,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몹시 졸려 함
Empfindlichkeit bei Berührungen만지면 아파함
Starke Schmerzen심한 통증
Schrilles Schreien날카롭게 울부짖음
Hauteinblutungen피부 속 출혈.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발진을 말하며, 유리컵으로 눌러 들여다보는 방법을 예로 듭니다
Ihr Kind wirkt schwer krank아이가 몹시 아파 보임
Austrocknung탈수. 12시간 넘게 소변이 없는 경우를 예로 듭니다
Sehr schnelles Atmen, Luftnot숨을 매우 빠르게 쉬거나 숨차함
Kinder unter 3 Monaten mit 38 °C, im Po gemessen생후 3개월 미만에서 항문으로 잰 체온 38도
Fieber länger als 3 Tage사흘 넘게 이어지는 열
Sie sind sehr besorgt oder unsicher보호자가 몹시 걱정되거나 판단이 서지 않음

대부분 체온과 무관한 항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을 눈여겨보세요. 보호자가 걱정된다는 것 자체를 지침이 경고 신호로 적어 두었습니다.

의료진용 판에는 모세혈관 재충전 시간(손톱이나 피부를 눌렀다 뗀 뒤 핏기가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를 넘는지도 들어 있습니다.[1] 다만 보호자용 판에는 그 항목이 없습니다.[6]

열 자체는 손상을 남기지 않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2011년 임상보고에서 열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건강한 소아에서 열 자체가 병을 더 나빠지게 만들거나 신경에 손상을 남긴다는 근거는 없습니다.[3]

그래서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몇 도부터 위험하다”는 기준선은 없습니다. 위험한 것은 열이 아니라 열을 만든 원인입니다.

다만 어린 아기는 다릅니다. 생후 3개월 미만에서는 체온 자체가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아래에서 따로 다룹니다.

그래서 봐야 할 것이 바뀝니다

체온계가 알려 주는 것은 열이 있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이의 몸이 보내는 다른 신호로 드러납니다.

봐야 할 것은 호흡, 의식, 물을 마시는 정도, 피부색, 반응입니다. 이 다섯 가지로 판단합니다.[4]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호

다음은 해열제(열을 내리는 약) 반응을 보기 전에 원인 평가가 우선인 경우입니다.

아래 항목은 영국 NICE 발열 진료지침(NG143)의 위험도 분류 권고와 특정 질환의 증상·징후 권고, 앞에서 인용한 독일 지침,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바로 다음의 나이 항목은 영국·미국·독일의 지침과 독일 지침이 인용한 원자료를 함께 표로 정리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 2021년 지침이 다루는 구간은 생후 8~60일이고, 3개월 미만 전체를 다루는 것은 NICE 지침과 독일 지침입니다. 항목마다 어느 자료에서 온 것인지 아래에 밝혀 두었습니다.

여기 있는 항목이 모두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NICE 지침은 위험도를 세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다르게 대응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높은 위험 항목이 있으면 소아 전문 진료로 긴급히 의뢰하라고 하고, 중간 위험 항목만 있고 진단이 서지 않았으면 보호자에게 경고 증상과 진료를 받는 방법을 알려 주는 안전망을 두거나 전문 진료로 보내 추가 평가를 받게 하라고 합니다.[4]

다만 이 단계 구분을 그대로 따라 하실 일은 아닙니다. 이 지침은 진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환경을 전제로, 누구를 먼저 보낼지 가르려고 만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소아과에 가기가 그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더 단순하게 말씀드립니다. 아래 목록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으세요. 어느 단계인지 가리는 일은 아이를 직접 본 의료진이 합니다.

나이

  • 생후 3개월 미만에서 38.0도 이상

이 나이에는 체온 하나만으로 진료 대상입니다. 다만 자료마다 기준과 재는 부위를 다르게 적습니다. 어느 하나를 고르지 않고 그대로 보여 드립니다.

자료이 나이의 기준어디에서 재라고 하나
영국 NICE[4]생후 3개월 미만에서 38.0도 이상이면 높은 위험군5세 미만에 구강과 직장을 일상적으로 쓰지 말 것. 생후 4주 미만은 겨드랑이 전자체온계, 4주부터 5세까지는 겨드랑이나 고막 체온계
미국소아과학회[2]생후 8~60일에서 직장 체온 38.0도 이상이면 발열직장
독일 지침 의료진용[1]생후 3개월 미만에서 직장 38.0도 이상이면 의사가 자세히 진찰신생아와 영아는 항문에서 디지털 체온계로 잴 것. 이 연령에서 고막 체온계는 민감도가 70~77%로 불충분하다고 적음. 1세 이상에서는 고막이 대체로 충분
독일 지침 보호자용[6]생후 3개월 미만에서 항문으로 잰 38도신생아·영아는 항문만 「예」. 귀·이마·입·겨드랑이는 모두 「아니오」. 겨드랑이는 모든 연령에서 부정확하다고 적음
Michelson 연구[7](30.4%가 나온 원자료)항문으로 잰 영아만 대상. 다른 부위로 잰 경우에는 이 결과를 적용하지 말라고 밝힘

38.0도라는 값은 대체로 같고, 차이나는 점은 온도를 재는 부위입니다.

약국이 권하는 방법

우리나라 가정에서 항문으로 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약국에서는 겨드랑이로 재시기를 권합니다. 다만 지침끼리 갈리는 대목입니다. NICE는 이 나이에 겨드랑이 체온계를 쓰라고 정해 두었고, 독일 지침은 겨드랑이를 믿을 만한 방법으로 쓰지 말라고 적습니다. 지침이 갈려서 약국의 판단으로 겨드랑이를 권하는 것이며, 그 한계는 감추지 않고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독일 지침은 겨드랑이 측정을 어느 연령에서도 믿을 만한 측정법으로 쓰지 말라고 적습니다. 훈련된 사람이 재도 열을 잡아내는 비율이 **42%**에 그치고, 항문에서 잰 값보다 0.67~0.85도 낮게 나온다고 밝힙니다.[1]

그래서 겨드랑이로 재실 때는 이렇게 하세요.

  1. 생후 3개월 미만에서 겨드랑이 체온이 38.0도 이상이면 진료를 받으세요. 겉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마찬가지입니다.
  2. 손으로 만져 뜨겁게 느껴지면, 겨드랑이 값이 38.0도에 못 미치더라도 진료를 받으세요. 열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이 나이에는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같은 지침은 손으로 만져 보는 것이 열을 의심하게 만들 때에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습니다. 만져 보는 것의 민감도는 87.5%로, 겨드랑이 체온계보다 높습니다.[1]

손으로 만져 가늠하는 방법은 다른 글에서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항문으로 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쪽이 정확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 지침과 독일 지침, 그리고 30.4%가 나온 원 자료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다만 NICE는 5세 미만에 직장 측정을 일상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왜 이 나이만 다르게 보는지도 밝혀 두겠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 2021년 지침은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검사를 받도록 권고합니다. 어떤 검사를 어디까지 하는지는 8~21일, 22~28일, 29~60일 세 구간마다 다릅니다. 이 지침은 재태 37주 이상으로 태어나 겉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아기를 전제로 합니다.[2]

앞에서 인용한 독일 지침이 일반적인 발열로 보는 값은 직장 38.5도입니다. 다만 그것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정의이고, 같은 지침도 생후 3개월 미만에는 위의 더 낮은 기준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1]

의식과 반응

  • 깨우기 어렵거나 멍한 경우
  • 평소와 반응이 뚜렷하게 다른 경우
  • 계속 축 처져 있는 경우

호흡

  • 숨이 차 보이는 경우
  • 입술이나 얼굴빛이 푸르스름한 경우
  • 숨 쉴 때 가슴이 깊이 들어가는 경우

신경 증상

열과 함께 다음 증상이 나타나면 뇌수막염(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에 생긴 염증)이나 뇌염(뇌 자체에 생긴 염증)을 의심하는 신호입니다. NICE 지침은 목이 뻣뻣한 증상과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경련(몸이 뻣뻣해지고 떨리는 발작)을 세균성 뇌수막염을 의심할 근거로, 몸 한쪽에서만 일어나는 경련과 의식 저하를 단순헤르페스 뇌염을 의심할 근거로 나누어 적고 있습니다.[4]

  • 경련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경우
  • 몸의 한쪽에서만 일어나는 경련(국소 경련)
  • 목이 뻣뻣해 머리를 앞으로 구부리지 못하는 경우
  • 심한 두통이나 빛을 눈부셔하는 반응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목 근육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과 눈부심, 두통을 뇌막을 자극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함께 묶어 설명합니다.[5] 다만 아기는 말로 두통을 알리지 못하므로, 평소와 다른 울음이나 처짐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열성경련(열이 오를 때 생기는 경련)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다만 아이가 경련을 처음 일으켰다면, 짧게 멎었더라도 진료로 확인받으시기를 권합니다.

피부

  •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자반(피부 속에서 피가 새어 나와 생긴 붉거나 보랏빛 점)이나 출혈성 발진

눌러도 옅어지지 않는 붉거나 보랏빛 발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신호입니다. 유리컵으로 눌러 보는 것은 이를 확인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탈수

  • 물이나 젖을 거의 못 마시는 경우
  • 소변량이 뚜렷하게 줄어든 경우
  • 입 안이 매우 마른 경우
  • 피부를 가볍게 잡았다 놓았을 때 천천히 펴지는 경우

NICE 지침은 이 가운데 피부가 천천히 펴지는 증상을 높은 위험 항목으로 두고, 영아가 잘 먹지 못하는 상태와 소변량 감소, 입 안 마름은 그다음 단계인 중간 위험 항목으로 둡니다.[4]

다만 피부가 펴지는 속도는 집에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 항목은 진료에서 확인할 몫으로 두시고, 집에서는 물이나 젖을 마시는 정도와 소변량을 보세요.

경과

  • 심한 통증
  • 만졌을 때 아파하는 반응
  • 열이 사흘 넘게 이어지는 경우
  •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는 경우
  • 해열제를 먹인 뒤에도 계속 나빠지는 경우

앞의 세 항목은 앞에서 본 독일 지침의 보호자용 판이 경고 신호로 제시한 것입니다.[6]

사흘 넘게 열이 이어지면 다른 신호가 없어도 진료로 확인받으세요. 이 사흘이라는 기간은 독일 지침의 보호자용 판이 든 것입니다.[6]

NICE 지침은 다르게 적습니다. 발열 기간만으로 중증 질환의 가능성을 예측하지 말라고 하고, 5일 이상 이어지는 열만 따로 평가 대상으로 지목합니다.[4] 두 지침의 기준이 같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더 이른 쪽을 따랐습니다.

판단할 때 함께 기억할 것

해열제로 열이 내려가도 위 신호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약을 먹여 체온이 떨어졌다고 해서 아이가 좋아졌다고 판단하지 마세요.

반대로 열이 안 내려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응급 상황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위 신호가 없고 아이가 물을 마시고 평소처럼 반응한다면, 집에서 상태 변화를 지켜보면서 판단하세요. 다만 이 목록이 모든 경우를 담고 있지는 않으므로,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지면 병의원 진료를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위 신호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가
  2. 없다면 아이가 물을 마시고 놀고 자는가
  3. 아이가 열 때문에 힘들어 보이면 해열제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물을 거의 못 마시는 상태는 앞에 정리한 위험 신호에 해당합니다. 약을 먹이는 대신 진료를 받으세요.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체온 숫자보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봅니다. 다만 생후 3개월 미만은 체온 자체가 진료 기준입니다.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개별 아이의 상태를 여기에서 진단해 드리지는 못합니다.

  • 여기 없는 증상이라도 평소와 다르고 걱정되면 진료를 받으세요. 이 목록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 기저질환(전부터 앓고 있던 병)이 있거나 면역이 약한 아이는 기준이 다릅니다. 담당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세요.
  • 밤이나 휴일이라면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상담 전화를 이용하세요.

판단이 서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는 편이 낫습니다.

#발열#위험신호#응급#탈수

자주 묻는 질문

열이 40도가 넘으면 무조건 응급실인가요

숫자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3개월 미만은 다르고, 본문에 정리한 위험 신호가 있으면 체온과 무관하게 진료가 필요합니다.

열이 38도밖에 안 되는데 아이가 이상해요

체온이 몇 도인지로 정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면 열이 높지 않아도 진료를 받으세요. 특히 생후 3개월 미만은 38.0도만 되어도 진료 대상입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나서 판단해도 되나요

본문에 정리한 위험 신호가 있으면, 약을 먹여 열이 내려가도 판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글쓴이

강재현 약사

평택 열린온누리약국 약사. 약국에서 11년째 아이와 부모의 복약을 돌봐 왔습니다. 대한약사회·경기도약사회 대의원, 평택시약사회 총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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